지구 밖에서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을까?
지진은 지구에서만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구 밖의 천체들에서도 지진과 유사한 진동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달, 화성, 심지어 혜성 같은 천체에서 관측된 ‘우주 지진’의 사례들과, 그것이 과학적으로 갖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달에도 지진이 있다? ‘문퀘이크’의 정체
아폴로 미션 당시, NASA는 달 표면에 **지진계(seismometer)**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그 장비는 지구처럼 달 내부에서도 지진과 유사한 진동이 감지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를 우리는 ‘문퀘이크(Moonquake)’라고 부릅니다.
문퀘이크는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주로 4가지가 있습니다.
- 심부 문퀘이크: 달 중심부에서 발생하며, 약한 진동이지만 매우 오래 지속됩니다.
- 표면 문퀘이크: 운석 충돌에 의해 발생하며 순간적인 진동을 유발합니다.
- 열 문퀘이크: 달의 낮과 밤의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생기는 열팽창에 의한 진동입니다.
- 인공 문퀘이크: 탐사선이 달에 착륙하거나 충돌할 때 발생한 진동이 해당됩니다.
특히 심부 문퀘이크는 진동이 한 시간 넘게 지속되는 경우도 있었으며, 이는 달 내부가 지구보다 훨씬 덜 유연하고,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즉, 달은 마치 ‘딱딱한 공처럼 울리는’ 구조이며, 이는 내부 구조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화성에서는 어떤 지진이 일어날까?
달뿐 아니라 화성에서도 지진이 일어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NASA의 인사이트(InSight) 탐사선은 2018년 화성에 착륙한 이후, **지진계(SEIS)**를 통해 수백 건 이상의 지진을 감지했습니다.
이 지진은 '마퀘이크(Marsquake)'라 불리며, 지구와 유사한 단층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2022년에는 규모 5에 가까운 강한 지진이 탐지되었고, 이는 화성의 지질 활동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화성의 지진은 지각이 아직도 수축하고 있거나, 내부의 열 에너지가 완전히 식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진의 패턴은 달보다 지구와 유사해 지구형 행성 내부의 진화 과정을 비교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혜성과 소행성에서도 진동이?
흥미로운 사실은 혜성이나 소행성처럼 크기가 작은 천체들에서도 진동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하야부사2 탐사선이 접근했던 소행성 류구(Ryugu)에서는, 탐사 장비의 착륙 또는 소형 충격장치 투하 이후 소규모 진동이 관측되었습니다.
이러한 진동은 우리가 흔히 아는 지진과는 다르지만, 충격파가 암석 내부를 통과하며 구조를 흔드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물리적 원리를 따릅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다양한 천체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통해, 내부 밀도, 구성 성분, 암석 구조, 공극률 등을 유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진의 존재 여부’ 그 이상으로, 우주 천체의 지질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핵심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지구는 더 이상 유일하게 지진이 존재하는 행성이 아닙니다. 달의 문퀘이크, 화성의 마퀘이크, 소행성의 미세 진동에 이르기까지, 우주는 수많은 지진으로 가득 찬 살아 있는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지구조차, 그 거대한 ‘지진의 우주’ 속 일부에 불과한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