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에서 6개월을 보낸 우주인이 지구로 돌아오면 스스로 걷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휠체어에 실려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근육량이 최대 20~40%까지 감소하고, 특히 다리 근육은 더욱 심각하게 약해집니다. 불과 며칠만 우주에 있어도 근육 감소가 시작되며, 한 달이면 지구에서 1년 동안 운동하지 않은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근육이 줄어듭니다. 이 글에서는 미세중력 환경이 근육에 미치는 생리학적 영향과 이를 막기 위한 노력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아래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운동 장비를 사용하는 우주인의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 목차
- 지구에서 근육은 어떻게 유지될까?
- 미세중력이 근육에 미치는 즉각적 영향
- 세포 수준에서의 근육 위축 메커니즘
- 우주인들의 실제 데이터
- 우주에서 근육을 지키는 방법
- 결론: 화성 여행의 또 다른 난관
지구에서 근육은 어떻게 유지될까?
근육은 사용하지 않으면 빠르게 약해지는 조직입니다. 이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Use it or lose it)' 원칙이라고 합니다. 지구에서는 중력이 끊임없이 우리 몸에 작용하기 때문에, 서 있거나 걷는 것만으로도 근육에 자극이 갑니다. 이 자극이 근육을 유지하도록 신호를 보냅니다.
근육 조직은 근섬유라는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세포들은 매우 길고, 여러 개의 핵을 가지고 있으며, 수축 단백질인 액틴과 미오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근육이 수축할 때마다 이 단백질들이 서로 미끄러지면서 힘을 만들어냅니다. 운동을 하면 근섬유가 손상되고, 회복 과정에서 더 크고 강해집니다.
우리 몸은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입니다. 필요한 만큼만 근육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근육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근육은 체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몸은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재빨리 분해하여 에너지를 절약하려 합니다.
지구에서는 중력 덕분에 이 균형이 자연스럽게 유지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고, 계단을 오르고, 장을 보러 가는 모든 활동이 근육에 부하를 줍니다. 항중력근이라고 불리는 척추 기립근, 엉덩이 근육, 넓적다리 근육, 종아리 근육은 특히 중력에 저항하며 몸을 지탱합니다. 이들은 깨어 있는 동안 거의 계속 일합니다.
근육량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합니다. 30대부터 10년마다 약 3~8%씩 줄어듭니다. 60대 이후에는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하지만 이것도 지구의 중력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천천히 진행되는 것입니다. 만약 침대에만 누워 있으면 몇 주 만에 근육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우주는 바로 이런 상태와 비슷합니다.
미세중력이 근육에 미치는 즉각적 영향
우주정거장의 환경은 정확히는 무중력이 아니라 미세중력입니다. 지구 중력의 약 90%가 여전히 작용하지만, 우주정거장이 지구 주위를 자유낙하하며 돌기 때문에 중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마치 엘리베이터가 추락할 때 순간적으로 무중력을 느끼는 것과 비슷합니다. 단지 우주정거장은 계속해서 지구 주위를 돌며 이 상태를 유지합니다.
미세중력 환경에 노출되면 근육은 즉시 반응합니다. 첫 며칠 동안은 우주인들이 이상한 느낌을 받습니다. 몸이 가볍고, 힘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몸을 밀어도 반대편 벽까지 날아갑니다. 무거운 장비를 들어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근육이 일할 이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이 신호는 빠르게 세포 수준으로 전달됩니다. 근육 세포는 기계적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센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메카노센서라고 불리는 이 단백질들은 근육이 늘어나거나 수축할 때 발생하는 장력을 감지합니다. 미세중력에서는 이 장력이 거의 없으므로, 센서가 "근육이 필요 없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불과 며칠 만에 변화가 시작됩니다. 근육 단백질 합성 속도가 느려지고, 분해 속도가 빨라집니다. 정상적으로는 이 두 과정이 균형을 이루지만, 미세중력에서는 균형이 깨집니다. 분해가 합성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순 근육량이 감소합니다.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느린 근섬유(Type I)보다 빠른 근섬유(Type II)입니다. 느린 근섬유는 지구력에 관여하고, 빠른 근섬유는 폭발적인 힘과 속도에 관여합니다. 지구에서는 두 종류 모두 중요하지만, 우주에서는 특히 빠른 근섬유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주에서 한 달 후 빠른 근섬유의 부피가 최대 20%까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세포 수준에서의 근육 위축 메커니즘
근육 위축의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미세중력 환경에서 근육 세포는 여러 신호 전달 경로의 변화를 겪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IGF-1/Akt/mTOR 경로의 억제입니다. 이 경로는 근육 성장을 촉진하는 핵심 신호입니다. 미세중력에서는 이 경로의 활성이 감소하여 근육 단백질 합성이 줄어듭니다.
동시에 근육 분해 경로는 활성화됩니다.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이라는 단백질 분해 기계가 활발해집니다. 이 시스템은 손상되거나 불필요한 단백질을 찾아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미세중력에서는 근육 단백질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적극적으로 분해됩니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발전소로,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근육 세포에는 특히 미토콘드리아가 많습니다. 미세중력에서는 미토콘드리아의 수와 기능이 모두 감소합니다. 이것은 근육의 지구력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에너지 생산이 줄어들면 근육이 쉽게 피로해집니다.
산화 스트레스도 증가합니다. 우주 방사선과 미세중력 환경이 결합하여 세포 내 활성산소가 증가합니다. 활성산소는 세포 구조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유발합니다. 이것이 근육 손상과 회복 지연을 초래합니다. 마치 근육에 미세한 부상이 계속 쌓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근육 섬유의 구조 자체도 변합니다. 근섬유를 구성하는 근원섬유의 배열이 흐트러지고, 수축 단백질인 액틴과 미오신의 양이 줄어듭니다. Z-디스크라고 불리는 근육의 구조 단위도 약해집니다. 이 모든 변화가 종합되어 근육의 수축력이 감소합니다.
신경계도 영향을 받습니다. 근육은 신경 신호를 받아야 수축합니다. 신경근 접합부라는 곳에서 신경 세포가 근육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데, 미세중력에서는 이 연결이 약해집니다. 신경 자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근육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합니다. 마치 전기 신호가 약한 기계처럼 반응이 느려집니다.
호르몬 변화도 한몫합니다.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감소하고,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증가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성장을 촉진하고, 코르티솔은 근육 분해를 촉진합니다. 이 호르몬 균형의 변화가 근육 손실을 가속화합니다. 우주 스트레스 자체가 근육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우주인들의 실제 데이터
NASA와 러시아 우주국은 수십 년간 우주인들의 근육 변화를 추적해왔습니다. 그 데이터는 놀랍고도 우려스럽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6개월 임무를 수행한 우주인들의 평균 근육량 감소를 보면, 다리 근육은 약 15~20% 감소하고, 등과 복부 근육은 약 10~15% 감소합니다.
가장 심각한 부위는 종아리 근육입니다. 특히 가자미근(soleus)은 최대 40%까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근육은 지구에서 서 있고 걷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항중력근입니다. 우주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으므로 가장 빠르게 위축됩니다. 6개월 후 우주인의 종아리는 육안으로도 확연히 가늘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근력도 크게 감소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주에서 한 달마다 약 10~15%의 근력이 줄어듭니다. 6개월이면 최대 근력의 30~40%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근육 크기 감소만이 아니라 신경근 기능 저하도 포함됩니다. 근육이 있어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장기 임무를 수행한 우주인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합니다. 러시아의 발레리 폴랴코프는 438일 동안 우주에 머물렀는데, 지구 귀환 시 걷지 못했습니다. 몇 주간의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고, 완전히 회복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습니다. 일부 근육은 원래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개인차가 크다는 점입니다. 같은 기간 우주에 있어도 어떤 사람은 근육이 20%만 감소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40% 이상 감소합니다. 유전적 요인, 원래의 체력 수준, 운동 순응도, 나이, 성별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젊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우주인일수록 근육 손실이 적습니다.
여성 우주인의 경우 특별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근육량이 적고, 호르몬 차이 때문에 근육 손실 패턴이 다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일부 연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근육을 더 잘 유지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이것은 여성이 지구력 운동에 더 적합한 생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 근육을 지키는 방법
다행히 우주인들은 이 문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은 매일 최소 2시간 이상 운동해야 합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건강 유지를 위한 필수 요건입니다. 운동하지 않으면 근육과 뼈가 위험할 정도로 약해져 지구 귀환 후 심각한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주요 운동 장비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ARED(Advanced Resistive Exercise Device)입니다. 이것은 우주용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로, 진공 실린더를 이용해 최대 270kg의 저항을 만들어냅니다. 우주인들은 이것으로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로우 등을 수행합니다. 지구의 헬스장과 비슷한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러닝머신입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자동으로 달릴 수 없으므로, 우주인은 탄성 밴드로 몸을 러닝머신에 고정합니다. 이 밴드가 체중의 70~80% 정도 되는 힘으로 아래로 당겨, 중력을 시뮬레이션합니다. 우주인들은 하루에 30분 이상 달립니다. 이것이 심폐 지구력과 다리 근육을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셋째는 사이클 에르고미터입니다. 고정식 자전거로, 저항을 조절하며 페달을 밟습니다. 이것은 특히 넓적다리 근육과 심혈관 건강에 좋습니다. 러닝보다 관절에 부담이 적어 장시간 운동할 수 있습니다.
운동 프로그램은 개인별로 맞춤화됩니다. 지상의 운동 생리학자들이 각 우주인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운동 강도와 종류를 조정합니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강한 운동을 하는 것이 근육 유지에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운동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영양 관리도 중요합니다. 우주인들은 고단백 식단을 섭취합니다. 하루 단백질 섭취량이 체중 1kg당 1.5~2g 정도로, 일반인보다 높습니다. 단백질은 근육 합성의 원료이므로 충분히 공급해야 합니다. 비타민 D도 중요합니다. 우주에서는 햇빛을 못 받으므로 보충제로 섭취합니다.
최근에는 약물 치료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테스토스테론 보충, 미오스타틴 억제제, 성장호르몬 등이 실험 대상입니다. 미오스타틴은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단백질인데, 이것을 차단하면 근육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 안전성이 아직 확립되지 않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인공 중력이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우주선을 회전시켜 원심력으로 중력과 비슷한 효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근육과 뼈가 자연스럽게 유지됩니다. 하지만 회전하는 우주선을 건설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도전입니다. 화성 여행 같은 장기 임무에서는 필수적일 수 있습니다.
결론: 화성 여행의 또 다른 난관
미세중력 환경에서 근육이 빠르게 위축되는 것은 우주 여행의 가장 심각한 건강 문제 중 하나입니다. 중력이 사라지면 근육은 필요 없다고 판단되어, 단백질 합성은 감소하고 분해는 증가합니다. 세포 신호 전달 경로, 미토콘드리아 기능, 호르몬 균형 등 여러 생리학적 시스템이 변화하며, 그 결과 한 달에 10~15%의 근력이 감소합니다.
이 문제는 화성 여행에서 더욱 심각합니다. 화성까지 가는 데 6~9개월, 화성에서 머무는 기간 1~2년, 그리고 지구로 돌아오는 6~9개월을 합치면 총 2~3년입니다. 이 기간 동안 근육 손실이 계속된다면, 우주인들은 화성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심각하게 약해진 상태일 것입니다. 화성 표면 탐사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활동조차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8%밖에 안 됩니다. 지구보다는 낫지만 근육을 완전히 유지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화성에서도 계속 근육 손실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성 임무가 끝나고 지구로 돌아온 우주인은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는 데 1년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더 효과적인 운동 프로그램, 영양 관리, 약물 치료, 그리고 인공 중력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우주 의학의 발전은 우주인뿐 아니라 지구의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침상 안정을 해야 하는 환자, 노인성 근감소증 환자, 신경근육 질환 환자들도 비슷한 근육 위축을 겪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류가 화성에 가고 더 먼 곳으로 가려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근육 위축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건강한 근육 없이는 우주 탐사도 없습니다. 우주생리학 연구는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한 필수 과학이며, 그 여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세중력의 도전을 극복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우주 문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