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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별은 1초마다 '깜빡'일까? (밀리세컨드 펄서 이야기)

honsStudy 2025. 10. 1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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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들은 대부분 일정하게 빛납니다. 하지만 우주에는 마치 등대처럼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특별한 별들이 있습니다. 1초에 수백 번, 심지어 700번이 넘게 회전하면서 전파 신호를 보내는 이 천체를 밀리세컨드 펄서라고 부릅니다. 도대체 어떤 별이 이렇게 빠르게 회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놀라운 우주의 시계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오늘은 우주에서 가장 정밀한 시계이자 극한의 물리 실험실인 밀리세컨드 펄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아래는 빠르게 회전하며 전파를 방출하는 밀리세컨드 펄서의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빠르게 회전하며 전파를 방출하는 밀리세컨드 펄서의 모습
왜 어떤 별은 1초마다 '깜빡'일까? (밀리세컨드 펄서 이야기)

📑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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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서의 발견과 정체

펄서의 발견은 20세기 천문학의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1967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대학원생 조슬린 벨 버넬은 전파 망원경으로 이상한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신호는 놀랍도록 규칙적이었습니다. 정확히 1.337초마다 짧은 전파 펄스가 관측되었는데, 처음에는 외계 문명의 신호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정확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신호를 농담 삼아 LGM-1이라고 불렀는데, LGM은 Little Green Men, 즉 작은 초록 외계인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곧 다른 위치에서도 비슷한 신호들이 발견되면서 자연 현상임이 분명해졌습니다. 1968년 토머스 골드와 프랑코 파치니는 각자 독립적으로 펄서가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 예측은 곧 확인되었고, 조슬린 벨은 펄서 발견의 공로로 훗날 노벨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펄서라는 이름은 펄싱 스타(pulsing star), 즉 맥동하는 별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별이 커졌다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회전하면서 특정 방향으로만 전파를 방출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볼 때 깜빡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마치 등대가 회전하며 특정 순간에만 불빛이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펄서의 발견은 중성자별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시켜 준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중성자별은 이론적으로 예측되었지만 너무 작고 어두워서 관측이 불가능했는데, 펄서라는 형태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천문학의 새로운 분야를 열었습니다.

중성자별이란 무엇인가

펄서를 이해하려면 먼저 중성자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중성자별은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인 천체 중 하나로, 물질의 밀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중성자별은 거대한 별이 초신성 폭발로 죽을 때 만들어집니다. 태양 질량의 약 8배 이상인 별이 생을 마감할 때, 중심핵이 자신의 중력에 의해 극도로 압축됩니다. 이 압축은 너무나 강력해서 원자핵 안의 양성자와 전자가 합쳐져 중성자가 되고, 결국 거의 순수한 중성자로 이루어진 천체가 탄생합니다.

중성자별의 크기는 놀랍도록 작습니다. 태양 질량보다 조금 더 무거운 물질이 지름 약 20킬로미터의 공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의 거리 정도에 태양 전체가 들어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이로 인해 중성자별의 밀도는 엄청납니다. 각설탕 한 개 크기의 중성자별 물질은 약 10억 톤의 무게를 가집니다.

중성자별의 표면 중력도 극단적입니다. 지구 중력의 약 2,000억 배에 달하며, 만약 중성자별 표면에 1미터 높이에서 물체를 떨어뜨리면 1초도 안 되어 초속 수백만 미터에 도달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원자도 납작하게 찌그러지며, 물질은 우리가 아는 것과 완전히 다른 형태로 존재합니다.

중성자별의 자기장도 엄청납니다. 지구 자기장보다 약 1조 배 강하며, 일부 마그네타라고 불리는 중성자별은 이보다 1,000배 더 강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강력한 자기장이 펄서 현상의 핵심입니다. 자기장을 따라 입자들이 가속되면서 자기극 근처에서 강한 전파를 방출하게 됩니다.

밀리세컨드 펄서의 특징

일반적인 펄서도 빠르게 회전하지만, 밀리세컨드 펄서는 그 속도가 극단적입니다. 밀리세컨드 펄서는 약 40밀리초 미만의 회전 주기를 가진 펄서를 말합니다.

가장 빠른 밀리세컨드 펄서는 놀라운 속도로 회전합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빠른 펄서는 PSR J1748-2446ad로, 1초에 무려 716번 회전합니다. 이는 1.4밀리초마다 한 바퀴를 도는 속도입니다. 지름 20킬로미터의 천체가 이 속도로 회전하면 적도 표면의 속도는 빛의 속도의 약 4분의 1에 달합니다.

이런 극단적인 회전 속도가 가능한 이유는 중성자별의 특별한 구조 때문입니다. 중성자별은 밀도가 극도로 높고 크기가 작아서 원심력에도 부서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구가 이 속도로 회전한다면 즉시 산산조각 날 것입니다.

밀리세컨드 펄서는 일반 펄서와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자기장이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일반 펄서보다 수천 배에서 수만 배 약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빠른 회전 속도를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입니다. 둘째, 회전 속도가 매우 안정적입니다. 밀리세컨드 펄서는 원자시계만큼 정확해서 시간 측정에 활용될 정도입니다.

셋째, 대부분의 밀리세컨드 펄서는 쌍성계에 속해 있습니다. 동반성과 함께 공전하고 있으며, 이 동반성이 밀리세컨드 펄서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넷째, 전파뿐만 아니라 X선, 감마선 등 다양한 파장의 전자기파를 방출합니다.

재활용 과정의 비밀

밀리세컨드 펄서가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회전하게 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재활용 과정이라는 흥미로운 시나리오에 있습니다.

중성자별이 처음 태어날 때는 매우 빠르게 회전합니다. 별의 중심핵이 작은 크기로 압축되면서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회전 속도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몸에 붙이면 회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펄서는 점점 느려집니다. 강력한 자기장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회전 에너지를 잃기 때문입니다. 수백만 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펄서는 회전이 너무 느려져서 전파를 거의 방출하지 않게 되고, 관측에서 사라집니다.

그런데 밀리세컨드 펄서는 다릅니다. 이들은 이미 늙어서 느려진 중성자별이 다시 가속된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바로 동반성 덕분입니다. 중성자별이 쌍성계에 있고 동반성이 팽창하여 적색거성이 되면, 동반성의 물질이 중성자별로 흘러들어갑니다.

이 물질은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어서 중성자별 주위를 돌면서 강착원반을 만듭니다. 물질이 중성자별 표면으로 떨어지면서 각운동량을 전달하고, 이로 인해 중성자별의 회전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이 과정은 마치 팽이에 계속 힘을 가해 다시 빠르게 돌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수백만 년에서 수억 년 동안 물질을 받아들이면 중성자별은 밀리세컨드 수준의 극단적인 회전 속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장도 약해지는데, 이는 강착된 물질이 중성자별 표면의 자기장을 차폐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결과적으로 빠르게 회전하지만 자기장은 약한 밀리세컨드 펄서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밀리세컨드 펄서의 활용

밀리세컨드 펄서는 단순히 흥미로운 천체가 아니라 천문학과 물리학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이들의 놀라운 규칙성이 다양한 연구를 가능하게 합니다.

첫째, 중력파 검출에 활용됩니다. 펄서 타이밍 어레이라는 기법은 여러 밀리세컨드 펄서들의 신호를 동시에 모니터링합니다. 초거대질량 블랙홀 쌍의 합병으로 발생하는 저주파 중력파가 지나가면 펄서 신호의 도착 시간에 미세한 변화가 생기는데, 이를 분석하여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습니다. 2023년 여러 연구팀이 이 방법으로 중력파의 배경 잡음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둘째, 일반상대성이론의 검증에 사용됩니다. 특히 쌍성 펄서 시스템은 강한 중력장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완벽한 실험실입니다. 펄서의 정밀한 타이밍 관측을 통해 중력 적색편이, 시간 지연, 궤도 붕괴 등을 측정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모든 관측이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과 일치했습니다.

셋째, 우주 항법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밀리세컨드 펄서는 우주의 GPS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펄서의 신호를 동시에 받으면 우주선의 정확한 위치를 삼각측량으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NASA와 다른 우주 기관들이 심우주 탐사를 위한 펄서 기반 항법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넷째, 중성자별 내부 구조 연구에 도움을 줍니다. 밀리세컨드 펄서의 질량과 반지름을 정밀하게 측정하면 극한 밀도에서 물질의 상태 방정식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는 핵물리학과 입자물리학에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우주의 정밀 시계

지금까지 밤하늘에서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특별한 별, 밀리세컨드 펄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 놀라운 천체들은 우주 물리학의 극한을 보여주는 자연의 실험실입니다.

펄서는 1967년 조슬린 벨 버넬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으며,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의 자기극에서 방출되는 전파 빔이 등대처럼 지구를 향할 때 관측됩니다. 중성자별은 거대한 별이 초신성 폭발로 죽을 때 만들어지는 극단적인 천체로, 태양 질량이 지름 약 20킬로미터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밀리세컨드 펄서는 40밀리초 미만의 회전 주기를 가진 펄서를 말하며, 가장 빠른 것은 1초에 716번 회전합니다. 이들은 일반 펄서보다 자기장이 약하고 회전이 매우 안정적이며, 대부분 쌍성계에 속해 있습니다.

밀리세컨드 펄서의 탄생 비밀은 재활용 과정에 있습니다. 늙어서 느려진 중성자별이 동반성으로부터 물질을 받아들이면서 다시 극단적으로 빠르게 회전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수백만 년에서 수억 년 동안 지속되며, 결과적으로 원자시계만큼 정밀한 우주의 시계가 탄생합니다.

밀리세컨드 펄서는 단순히 흥미로운 현상이 아니라 현대 천문학과 물리학에 매우 중요합니다. 중력파 검출, 일반상대성이론 검증, 우주 항법, 중성자별 내부 구조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펄서 타이밍 어레이를 이용한 중력파 배경 잡음 검출은 밀리세컨드 펄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밀리세컨드 펄서는 우주가 만들어낸 가장 정밀한 자연의 시계입니다. 1초에 수백 번 회전하면서도 수백만 년 동안 안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이 천체들은, 극한 환경에서 물질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실험실입니다. 앞으로도 밀리세컨드 펄서 연구는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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