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별들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의 별은 고유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수백 광년, 수천 광년 떨어진 별들의 비밀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바로 스펙트럼 분석에 있습니다. 별빛을 무지개처럼 펼쳐놓고 분석하면 별의 온도, 화학 조성, 운동 상태까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오늘은 현대 천문학의 가장 중요한 도구인 스펙트럼 분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아래는 별빛의 스펙트럼 분석 과정을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 목차
스펙트럼이란 무엇인가
스펙트럼은 빛을 파장에 따라 분리하여 펼쳐놓은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무지개가 바로 태양빛의 스펙트럼입니다. 빗방울이 프리즘처럼 작용하여 햇빛을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일곱 가지 색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것이지요.
천문학에서는 별빛을 분광기라는 장치로 통과시켜 스펙트럼을 만듭니다. 분광기는 프리즘이나 회절격자를 사용하여 빛을 파장별로 분리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펙트럼을 자세히 관찰하면 연속적인 무지개 색깔 사이에 검은 선이나 밝은 선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선들을 흡수선과 방출선이라고 부릅니다. 흡수선은 별의 대기에 있는 원소들이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여 생기는 어두운 선이며, 방출선은 특정 원소가 에너지를 방출하며 만드는 밝은 선입니다. 각 원소마다 고유한 파장의 선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 선들을 분석하면 별에 어떤 원소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19세기 과학자들이 처음 태양 스펙트럼을 관찰했을 때, 수백 개의 검은 흡수선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프라운호퍼 선이라고 부르며, 독일 물리학자 요제프 폰 프라운호퍼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이 발견은 천문학에 혁명을 일으켰고, 멀리 떨어진 별들의 성질을 지구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별의 온도 측정하기
스펙트럼 분석으로 알아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는 별의 표면 온도입니다. 별의 온도는 스펙트럼의 전체적인 모양과 색깔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체는 특정한 색깔의 빛을 냅니다. 쇠를 가열하면 처음에는 검붉은 색을 띠지만, 온도가 올라가면서 노란색, 그리고 더 뜨거워지면 하얀색으로 변합니다. 별도 마찬가지로 표면 온도에 따라 다른 색깔을 띱니다. 차가운 별은 붉은색, 중간 온도의 별은 노란색, 뜨거운 별은 푸른색을 띱니다.
우리 태양은 표면 온도가 약 5,800K인 노란색 별입니다. 반면 오리온자리의 리겔은 표면 온도가 약 1만 2,000K에 달하는 푸른색 별이고, 베텔게우스는 약 3,500K의 붉은색 별입니다. 스펙트럼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파장을 측정하면 정확한 온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온도는 또한 흡수선의 종류와 강도를 결정합니다. 온도가 낮은 별에서는 무거운 중성 원자들과 분자들의 흡수선이 많이 나타나지만, 온도가 높은 별에서는 전리된 원자들의 흡수선이 주로 나타납니다. 수소의 흡수선은 약 1만 K 근처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이 온도에서 수소 원자가 전리되지 않으면서도 에너지를 흡수하기에 적당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표면 온도를 알면 별의 다른 성질들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온도가 높은 별일수록 보통 질량이 크고 밝으며, 수명이 짧습니다. 반대로 차가운 별들은 작고 어두우며 오래 삽니다. 이러한 관계를 이용하여 천문학자들은 별의 진화 단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화학 조성 분석의 비밀
스펙트럼 분석의 가장 놀라운 능력은 수백 광년 떨어진 별에 어떤 원소가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각 원소가 고유한 스펙트럼 지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각 원소의 원자는 고유한 에너지 준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자가 한 에너지 준위에서 다른 준위로 이동할 때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합니다. 수소는 수소만의 고유한 선을 만들고, 헬륨은 헬륨의 선을, 철은 철의 선을 만듭니다. 따라서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흡수선의 패턴을 분석하면 별에 어떤 원소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흡수선의 강도는 그 원소의 양을 나타냅니다. 흡수선이 강하고 선명할수록 그 원소가 많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통해 별의 화학 조성 비율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별은 약 73퍼센트의 수소와 25퍼센트의 헬륨, 그리고 2퍼센트의 기타 무거운 원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별마다 무거운 원소의 비율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금속 함량이라고 불리는 이 비율은 별의 나이와 탄생 환경을 알려줍니다. 초기 우주에서 태어난 별들은 수소와 헬륨만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여러 세대의 별들이 태어나고 죽으면서 무거운 원소들이 우주에 퍼졌습니다. 따라서 무거운 원소가 많은 별일수록 나중에 태어난 젊은 별입니다.
스펙트럼 분석으로 헬륨이 처음 발견된 것도 흥미로운 역사입니다. 1868년 태양 스펙트럼을 관찰하던 과학자들이 알려지지 않은 흡수선을 발견했고, 이것이 새로운 원소임을 알아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헬리오스의 이름을 따서 헬륨이라고 명명했으며, 나중에 지구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별의 운동 속도 알아내기
스펙트럼 분석은 별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도 알려줍니다. 이는 도플러 효과라는 물리 현상을 이용한 것입니다.
도플러 효과는 음원이나 광원이 움직일 때 파장이 변하는 현상입니다. 구급차가 다가올 때 사이렌 소리가 높게 들리고 멀어질 때 낮게 들리는 것이 바로 도플러 효과입니다. 빛도 마찬가지로 광원이 가까워지면 파장이 짧아지고, 멀어지면 파장이 길어집니다.
별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면 스펙트럼의 흡수선들이 전체적으로 짧은 파장 쪽, 즉 푸른색 쪽으로 이동합니다. 이를 청색편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별이 지구에서 멀어지면 흡수선들이 긴 파장 쪽, 즉 붉은색 쪽으로 이동하는데 이를 적색편이라고 합니다.
흡수선이 이동한 정도를 측정하면 별의 시선 속도, 즉 우리를 향해 또는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속도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1초에 1킬로미터 속도로 움직이면 스펙트럼 선이 약 0.0033나노미터 이동합니다. 현대의 정밀한 분광기는 이런 미세한 변화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외계행성 발견에도 활용됩니다. 행성이 별 주위를 공전하면 별도 약간씩 흔들리게 되는데, 이 미세한 움직임이 스펙트럼의 도플러 이동으로 나타납니다. 시선 속도 방법이라고 불리는 이 기법으로 지금까지 수천 개의 외계행성이 발견되었습니다.
스펙트럼으로 별 분류하기
천문학자들은 스펙트럼의 특징에 따라 별들을 여러 분광형으로 분류합니다. 이 분류 체계는 20세기 초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에서 개발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버드 분광형은 온도에 따라 별을 O, B, A, F, G, K, M의 일곱 가지 주요 유형으로 나눕니다. O형이 가장 뜨겁고 푸른 별이며, M형이 가장 차갑고 붉은 별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이를 암기하기 위해 "Oh Be A Fine Girl Kiss Me"라는 문장을 사용합니다.
각 분광형은 다시 0부터 9까지의 세부 등급으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태양은 G2형 별입니다. G형 별 중에서 온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는 의미입니다. 시리우스는 A1형, 베텔게우스는 M2형입니다.
분광형마다 특징적인 흡수선 패턴이 있습니다. O형과 B형 별에서는 헬륨의 흡수선이 강하게 나타나고, A형 별에서는 수소의 흡수선이 가장 강합니다. F형과 G형 별에서는 칼슘과 같은 금속 원소의 선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K형과 M형 별에서는 분자 흡수선도 관찰됩니다.
분광형 뒤에는 광도 계급을 나타내는 로마 숫자가 붙습니다. I은 초거성, III은 거성, V는 주계열성을 의미합니다. 태양의 완전한 분광형은 G2V로, 이는 주계열성에 속하는 G2형 별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온도라도 광도 계급에 따라 크기와 밝기가 크게 다릅니다.
스펙트럼 분석이 열어준 우주
지금까지 항성 대기의 스펙트럼 분석으로 무엇을 알 수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 강력한 도구는 현대 천문학의 토대가 되었으며,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스펙트럼은 별빛을 파장에 따라 분리한 것으로, 연속적인 무지개 색깔 사이에 나타나는 흡수선과 방출선을 분석합니다. 각 원소는 고유한 스펙트럼 지문을 가지고 있어, 이를 통해 수백 광년 떨어진 별의 성질을 지구에서 정밀하게 연구할 수 있습니다.
스펙트럼 분석으로 알 수 있는 첫 번째 정보는 별의 표면 온도입니다. 스펙트럼의 전체적인 모양과 색깔, 그리고 흡수선의 종류를 통해 수천 도에서 수만 도에 이르는 별의 온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습니다. 온도를 알면 별의 질량, 크기, 수명 등 다른 물리적 성질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별의 화학 조성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흡수선의 패턴을 분석하면 별에 어떤 원소가 얼마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별의 나이, 진화 단계, 탄생 환경 등을 이해할 수 있으며, 우주의 화학적 진화 역사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운동 속도 측정이 가능합니다. 흡수선이 이동한 정도를 측정하여 별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지 멀어지는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외계행성 발견, 쌍성계 연구, 은하 회전 측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됩니다.
스펙트럼을 기반으로 한 분광형 분류 체계는 천문학자들이 별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게 해줍니다. O형부터 M형까지의 분류는 단순히 온도 차이만이 아니라 별의 진화 단계와 물리적 특성을 포괄적으로 나타냅니다.
스펙트럼 분석은 19세기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대형 망원경과 정밀한 분광기는 점점 더 희미한 별들의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우주의 가장 먼 곳, 가장 오래된 별들까지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펙트럼 분석은 앞으로도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