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하루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지구의 하루는 정말 조금씩 길어지고 있으며, 주된 이유는 달이 일으키는 조석 마찰로 지구의 자전 에너지가 달의 궤도 운동으로 옮겨가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길어진다”는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우리의 시계로는 거의 느끼기 어려울 만큼 미세한 변화입니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위성·레이더·원자시계·지질학적 기록을 통해 이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합니다. 긴 시간 눈금으로 보면 지구는 아주 조금씩 느려지고, 그만큼 하루 길이(Length of Day, LOD)가 늘어납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지, 또 단기(계절~수년)에는 왜 오히려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지, 차근차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아래는 지구 자전과 달의 인력으로 생기는 조석 볼록, 그리고 에너지 전달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 조석 마찰: 달이 ‘지구의 브레이크’를 밟는다
지구가 자전하면 바다는 달의 중력에 끌려 조석 볼록(밀물의 융기)을 만듭니다. 그런데 지구는 바다·대륙과 해저 지형의 마찰 때문에 완벽히 ‘달을 향해’ 부풀지 못하고, 약간 앞서서 치우칩니다. 이 앞선 볼록은 달을 끌어당겨 가속하고, 그 반작용으로 지구는 자전이 감속됩니다. 즉, 각운동량이 지구 → 달로 이동하면서 지구 하루는 길어지고, 달은 지구에서 아주 조금씩 멀어집니다.
이 과정을 바퀴와 카트의 비유로 생각해보세요. 회전하는 바퀴(지구)가 옆의 카트(달)를 마찰로 조금씩 끌어당겨 속도를 나누어 주면, 바퀴는 느려지고 카트는 빨라지는 셈입니다. 자연이 스스로 지키는 ‘각운동량 보존’의 한 장면입니다.
🌙 달의 후퇴와 숫자로 보는 변화폭
레이저 반사기 실험 등으로 측정하면 달은 매년 수 센티미터 정도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에 상응해 지구 하루는 세기(100년)당 수밀리초(ms) 수준으로 늘어납니다. 수치 자체는 작지만, 수억 년 누적되면 의미 있는 차이가 됩니다. 고생물의 성장 띠나 퇴적층의 조석 리듬 기록을 읽어보면, 먼 과거에는 1년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짧은 하루’들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죠.
중요한 포인트는 “항상 같은 속도로” 느려지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구 내부와 외부의 여러 요인이 더해지며, 장기적인 느려짐 위에 단기적인 요동이 겹쳐집니다.
🧊 얼음과 대륙의 움직임: 지구가 ‘몸을 가다듬는’ 시간
마지막 빙하기 이후 얼음이 녹으며 대륙이 서서히 튀어 오르는 빙하성 등방 반동(GIA)은 질량 분포를 바꿔 자전에 영향을 줍니다. 피겨 스케이터가 팔을 펼치면 회전이 느려지는 것처럼, 지구도 질량이 퍼지면 조금 느려지고, 모이면 조금 빨라집니다. 대륙의 재배치, 대규모 화산체 형성, 해수면 변화 등도 같은 물리 법칙을 따릅니다. 이런 변화는 수백~수천 년 스케일로 하루 길이의 추세선을 살짝 기울게 할 수 있습니다.
🌬️ 대기·해양·핵의 상호작용: 단기 요동의 주역
연·계절 스케일에서는 대기와 해양의 흐름이 자전과 각운동량을 주고받기 때문에, 하루 길이가 ms 단위로 앞뒤로 출렁입니다. 예를 들어 강한 무역풍·제트기류 변화, 엘니뇨/라니냐 같은 해양 변동, 거대한 대기파동 등은 자전 속도 미세 변동을 유발합니다. 지구 내부의 액체 외핵 흐름 변화도 지자기의 변동과 더불어 천천히 영향을 끼칩니다.
지진은 어떨까요? 대지진은 지각 판의 재배치를 통해 LOD를 수십 마이크로초 수준으로 바꿔놓기도 합니다. 숫자는 작지만, 현대의 원자시계와 위성기술은 이런 미세 변화까지 포착합니다.
🛰️ 어떻게 측정하나: ‘하루 길이’의 과학
과학자들은 원자시계(국제시각, TAI), 천문학적 지구자전(UT1), VLBI(초장기선 간섭계), GNSS(위성항법)를 결합해 지구의 자전 상태를 매일 갱신합니다. VLBI는 먼 우주 전파원(퀘이사)의 위치 변화를 이용해 지구의 회전과 방향을 재고, GNSS는 지구 표면 기준점을 고정해 미세한 속도 변화를 검출합니다. 이 데이터가 모이면 장기 추세와 단기 요동을 모두 분리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산호의 성장 띠, 조석 퇴적층의 주기 무늬 같은 지질학적 기록은 수천만~수억 년 전의 하루 길이와 1년의 ‘낮 수’를 추정하게 해 줍니다. 현재의 정밀도와 과거의 긴 시간 축이 만나, 지구 자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복원하게 되는 것이죠.
⏱️ 윤초는 왜 넣을까: 시계와 지구의 타협
우리의 표준시(UTC)는 원자시계의 일정한 초를 기반으로 하지만, 지구는 자연물이라 완벽히 일정하게 돌지 않습니다. 이 차이를 보정하려고 간헐적으로 윤초가 삽입되어 왔습니다. 윤초는 “불규칙한 지구”와 “너무 정확한 시계”가 서로 맞추기 위한 타협입니다. 다만 정보통신·항법 시스템의 복잡성을 줄이려는 국제 논의가 이어지며, 장래에는 다른 방식(예: 긴 주기의 일괄 보정)으로 바꿔갈 계획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오해 주의! 윤초가 들어간다고 해서 갑자기 하루가 길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윤초는 이미 벌어진 누적 오차를 맞추는 행정 절차일 뿐, 물리적 자전 변화의 원인이 아닙니다.
🧭 미래의 지구: 얼마나 더 길어질까?
장기 평균만 본다면 하루는 앞으로도 천천히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얼마만큼인지는 해양 분포, 빙하 변화, 대륙 이동, 내부 핵-맨틀 커플링 같은 요인이 함께 정해, 단순 직선 예측이 어렵습니다. 중요한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지구는 살아 있는 시스템이라 여러 층위의 과정이 동시에 작동하고, 우리는 그 합성을 정밀 측정해 달력·항법·통신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 핵심 정리: 한눈에 보는 Q&A
Q. 정말 하루가 길어지나요? — A. 네. 추세적으로는 아주 천천히 늘어납니다.
Q. 주원인은 무엇인가요? — A. 달이 만든 조석 마찰입니다. 각운동량이 달로 넘어가며 지구 자전이 감속합니다.
Q. 그럼 단기에는 왜 들쭉날쭉하죠? — A. 대기·해양 변동, 지각·핵 상호작용이 ms 단위 변화를 일으킵니다.
Q. 윤초는 뭐예요? — A. 불규칙한 지구와 완벽한 원자시계를 일치시키기 위한 행정적 보정입니다.
Q. 우리의 일상에 영향이 있나요? — A. 일상 체감은 거의 없지만, 위성항법·통신·금융 시스템은 이 미세한 차이를 항상 관리합니다.
🧾 결론: 보이는 시간·보이지 않는 시간
손목시계의 초침은 늘 같은 속도로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편에서 지구는 바다·대륙·대기·핵의 상호작용과 달과의 힘겨루기 속에서 아주 천천히 리듬을 바꾸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조석 마찰이 브레이크를 걸어 하루가 길어지고, 단기적으로는 자연의 호흡이 미세한 가속·감속을 만들어냅니다. 이 변화를 정확히 재고 예측하는 기술 덕분에 우리는 항공·해운·위성항법·인터넷 시간표준을 안전하게 운용합니다. 보이는 시간(시계)과 보이지 않는 시간(지구의 자전)이 만나는 지점에, 현대 과학과 공학의 정교함이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