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는 왜 뼈가 약해질까? (우주골다공증의 메커니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6개월을 보낸 우주인이 지구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겪는 어려움이 무엇일까요? 바로 서 있기조차 힘들다는 것입니다. 근육이 약해진 것도 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뼈가 약해졌다는 점입니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한 달에 약 1~2%의 골밀도가 감소합니다. 이것은 지구에서 골다공증 환자가 1년 동안 잃는 양과 맞먹습니다. 이 글에서는 우주에서 뼈가 약해지는 생리학적 메커니즘과 이를 막기 위한 노력들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아래는 우주정거장에서 운동하는 우주인의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 목차
뼈는 어떻게 유지될까?
많은 사람들이 뼈를 단단하고 변하지 않는 구조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뼈는 살아있는 조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뼈 속에서는 매일 오래된 뼈 조직이 분해되고, 새로운 뼈 조직이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을 골 재형성(bone remodeling)이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에는 두 종류의 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첫 번째는 파골세포(osteoclast)입니다. 이 세포는 오래된 뼈를 분해하는 일을 합니다. 마치 건물을 허무는 철거반 같은 역할이죠. 파골세포는 산을 분비하여 뼈의 미네랄 성분을 녹이고, 효소를 내보내 단백질 구조를 분해합니다.
두 번째는 조골세포(osteoblast)입니다. 이 세포는 새로운 뼈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건설 인부처럼 칼슘과 인산을 이용해 튼튼한 뼈 조직을 쌓아올립니다. 조골세포는 콜라겐 섬유를 만들어 뼈의 틀을 구성하고, 그 위에 칼슘 인산염 결정을 침착시켜 단단하게 만듭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이 두 과정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룹니다. 부서지는 만큼 새로 만들어지므로 뼈의 양과 강도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하지만 이 균형은 매우 섬세합니다. 나이가 들거나, 호르몬 변화가 생기거나, 영양이 부족하거나, 운동이 부족하면 균형이 깨집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기계적 자극입니다. 뼈는 압력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강해집니다. 이것을 볼프의 법칙(Wolff's Law)이라고 합니다. 운동선수의 뼈가 더 튼튼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반대로 누워만 있으면 뼈가 약해집니다. 침대에서 몇 주만 누워 있어도 골밀도가 눈에 띄게 감소합니다.
무중력이 뼈에 미치는 영향
우주는 뼈에게 최악의 환경입니다.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항상 뼈에 하중이 가해집니다. 서 있을 때, 걸을 때, 뛸 때마다 뼈는 체중을 지탱해야 합니다. 이 하중이 뼈를 자극해서 계속 튼튼하게 유지되도록 합니다. 하지만 무중력 환경에서는 이런 자극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들은 떠다닙니다. 바닥을 디딜 필요가 없고, 무거운 것을 들 필요도 없습니다. 근육도 힘을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우주인의 몸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뼈가 이렇게 튼튼할 필요가 없네. 에너지 낭비야. 줄이자." 우리 몸은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어서, 불필요한 조직은 빠르게 제거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우 빠르다는 것입니다. 무중력 환경에 노출되면 불과 며칠 만에 뼈 분해가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첫 한 달 동안은 특히 급격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주에서 한 달을 보내면 골밀도가 약 1~2% 감소합니다. 6개월이면 최대 10~15%까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모든 뼈가 똑같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체중을 지탱하는 뼈가 가장 많이 약해집니다. 척추, 골반, 넓적다리뼈(대퇴골), 정강이뼈 같은 부위가 심각한 손실을 겪습니다. 반면 팔뼈나 갈비뼈는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습니다. 지구에서도 이 뼈들은 체중을 지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위험한 부위는 고관절과 척추입니다. 이곳은 골절이 생기면 매우 치명적인 부위입니다. 고령자가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지면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우주인이 지구로 돌아온 직후 넘어지면 똑같은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우주골다공증의 생리학적 메커니즘
우주에서 뼈가 약해지는 과정을 세포 수준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무중력 환경에 노출되면 가장 먼저 골세포(osteocyte)가 반응합니다. 골세포는 뼈 속에 박혀 있는 센서 역할을 하는 세포입니다. 이 세포들은 뼈에 가해지는 기계적 스트레스를 감지합니다.
평소에는 걷거나 뛸 때마다 골세포가 자극을 받습니다. 이 자극은 전기 신호와 화학 신호로 변환되어 주변 세포들에게 전달됩니다. "뼈에 부하가 걸리고 있어. 튼튼하게 유지해야 해!" 하는 메시지인 것이죠. 하지만 무중력에서는 이 신호가 완전히 사라집니다.
신호가 없어지면 골세포는 다른 메시지를 보냅니다. 조골세포의 활동을 억제하고, 파골세포의 활동을 촉진하는 물질들을 분비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뼈를 만드는 속도는 느려지고, 뼈를 부수는 속도는 빨라집니다. 이 불균형이 골밀도 감소로 이어집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파골세포를 활성화시키는 RANKL이라는 단백질의 양이 증가합니다. 동시에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OPG라는 단백질은 감소합니다. 이 두 물질의 비율이 뼈 건강을 결정하는데, 무중력에서는 이 비율이 뼈 손실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칼슘 대사의 변화입니다. 뼈가 분해되면 칼슘이 혈액으로 방출됩니다. 정상적으로는 이 칼슘이 다시 뼈로 돌아가지만, 무중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혈중 칼슘 농도가 올라가면 몸은 칼슘 흡수를 줄이고 배설을 늘립니다. 소변으로 칼슘이 많이 배출되는 것이죠.
이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킵니다. 신장 결석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소변에 칼슘이 너무 많으면 결석이 생기기 쉽습니다. 실제로 장기 우주 비행을 한 우주인 중 일부는 신장 결석으로 고생했습니다. 우주에서 신장 결석이 생기면 치료가 매우 어렵고 위험합니다.
호르몬 변화도 한몫합니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부갑상선 호르몬(PTH)의 분비가 변합니다. 이 호르몬은 혈중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데, 뼈에서 칼슘을 빼내는 작용도 합니다. 무중력과 호르몬 변화가 함께 작용하면 뼈 손실이 더욱 가속화됩니다.
실제 우주인들의 데이터
NASA와 러시아의 우주 기관은 수십 년 동안 우주인들의 뼈 건강을 추적해왔습니다. 이 데이터는 매우 충격적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6개월을 보낸 우주인들의 평균 골밀도 감소율을 살펴보면, 척추는 약 4~10%, 고관절은 약 10~15%, 발뒤꿈치는 약 20% 이상 감소합니다.
가장 오래 우주에 머문 기록을 가진 우주인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합니다. 러시아의 발레리 폴랴코프는 438일 동안 우주에 머물렀는데, 지구로 돌아왔을 때 걷기조차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의 뼈는 70대 골다공증 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약해져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회복 속도입니다. 지구로 돌아온 후 뼈가 완전히 회복되는 데는 수년이 걸립니다. 일부 우주인은 3~4년이 지나도 원래 골밀도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부위는 영구적으로 약해진 상태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장기 우주 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입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차가 크다는 점입니다. 같은 기간 우주에 있어도 어떤 사람은 골밀도가 5%만 감소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20% 이상 감소합니다. 유전적 요인, 원래의 골밀도, 나이, 성별, 운동 습관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이 때문에 개인 맞춤형 대응책이 필요합니다.
여성 우주인의 경우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성은 원래 남성보다 골다공증 위험이 높습니다. 폐경 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감소하면 뼈 손실이 가속화됩니다. 무중력 환경이 여기에 더해지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 뼈를 지키는 방법
다행히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왔습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은 하루에 2시간 이상 운동해야 합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우주정거장에는 특수 제작된 운동 기구들이 있습니다. ARED(Advanced Resistive Exercise Device)라는 저항 운동 기구는 최대 270kg의 부하를 걸 수 있습니다. 우주인들은 이것으로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같은 운동을 합니다. 지구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러닝머신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중력에서 뛰려면 특별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우주인은 허리에 하네스를 착용하고 탄성 밴드로 러닝머신에 고정됩니다. 이 밴드가 아래로 당기는 힘을 만들어 중력을 시뮬레이션합니다. 우주인들은 이렇게 매일 수십 분씩 달립니다.
운동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양 보충도 중요합니다. 우주인들은 칼슘과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비타민 D는 칼슘 흡수에 필수적인데, 우주에서는 햇빛을 못 받으므로 따로 보충해야 합니다. 하루 권장량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약물 치료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골다공증 치료에 쓰이는 비스포스포네이트 같은 약물을 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지 실험 중입니다. 이 약물은 파골세포의 활동을 억제해서 뼈 손실을 막습니다. 초기 연구 결과는 긍정적이지만, 장기적 안전성은 아직 확인이 필요합니다.
더 미래적인 해결책도 제안되고 있습니다. 인공 중력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주선을 회전시키면 원심력으로 중력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자주 보는 회전하는 우주정거장이 바로 이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물을 건설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듭니다. 화성 여행 같은 장기 임무에서는 필수적일 수 있습니다.
결론: 화성 여행의 가장 큰 장애물
우주에서 뼈가 약해지는 것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뼈를 자극하는 기계적 하중이 사라지고, 그 결과 파골세포와 조골세포의 균형이 깨집니다. 뼈를 만드는 속도보다 부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 달에 1~2%씩 골밀도가 감소합니다.
이 문제는 화성 여행에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입니다. 화성까지 가는 데는 최소 6개월이 걸리고,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데 또 6개월이 걸립니다. 화성에서 머무는 시간까지 합치면 총 2~3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우주인의 뼈는 심각하게 약해질 것입니다.
더욱이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8%밖에 안 됩니다. 지구보다는 낫지만 뼈를 제대로 자극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화성에서도 계속 뼈 손실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성 탐사가 끝나고 지구로 돌아온 우주인은 골절 위험이 극도로 높은 상태일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더 효과적인 운동 프로그램, 영양 보충, 약물 치료, 그리고 인공 중력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주 의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런 연구는 지구의 골다공증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우주에서 얻은 지식이 지구의 의학을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결국 인류가 화성에 가고, 더 나아가 다른 별로 가려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우주골다공증 연구는 단순히 과학적 호기심이 아니라,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우리가 진정한 우주 문명이 되기 위해서는 우주 환경에서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 길은 아직 멀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