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은 왜 공 모양을 이루는가?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모든 행성들은 둥근 공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달도, 태양도, 심지어 먼 우주의 별들도 모두 구형입니다. 하지만 작은 소행성이나 혜성들은 울퉁불퉁한 감자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큰 천체들은 모두 둥근 모양을 하고 있을까요? 이 질문의 답은 우주에서 가장 근본적인 힘인 중력에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행성이 공 모양을 이루는 놀라운 과학적 원리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아래는 다양한 크기의 천체들과 구형 행성들을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 목차
중력의 기본 원리
행성이 둥근 모양을 이루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중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자연의 기본적인 힘입니다. 아이작 뉴턴이 발견한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르면,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그리고 거리가 가까울수록 중력은 강해집니다.
지구 위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면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중력 때문입니다. 지구가 물체를 자신의 중심을 향해 잡아당기는 것이지요. 이 중력은 모든 방향에서 똑같이 작용합니다. 북쪽에서도, 남쪽에서도, 동쪽에서도, 서쪽에서도 지구 중심을 향해 당기는 힘의 크기는 같습니다.
작은 물체에서는 중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책상 위의 연필이나 돌멩이는 자신의 중력으로 모양이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체처럼 엄청나게 큰 물체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질량이 충분히 크면 자체 중력이 물질을 압축할 만큼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중력은 항상 물체의 중심을 향해 작용합니다. 천체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은 서로를 끌어당기며, 이 힘들이 모두 합쳐져서 천체의 중심 방향으로 향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행성이 둥글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구형이 만들어지는 과정
행성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를 살펴보면 구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행성은 처음부터 둥근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행성은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먼지와 가스가 모여서 만들어집니다. 처음에는 작은 입자들이 충돌하며 합쳐지는데, 이때는 불규칙한 덩어리 형태를 띱니다. 마치 진흙을 아무렇게나 뭉쳐놓은 것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천체가 점점 커지면서 자체 중력도 강해집니다. 질량이 증가하면 중력이 강해지고, 이 중력은 천체를 구성하는 물질들을 중심을 향해 끌어당깁니다. 튀어나온 부분은 아래로 눌리고, 움푹 들어간 부분은 메워지면서 점차 둥근 형태로 변해갑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열입니다. 물질들이 충돌하고 압축되면서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로 인해 암석이 부드러워지거나 녹기도 합니다. 물질이 유동적인 상태가 되면 중력에 의해 더 쉽게 재배치되어 둥근 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치 물이 담긴 용기가 어떤 모양이든 물이 그 형태를 채우듯이, 유동적인 물질은 중력이 만드는 구형 형태에 맞춰집니다.
지구 형성 초기에는 수많은 소행성과 원시 행성들이 충돌하면서 막대한 열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구 전체가 마그마 바다로 뒤덮였고, 이 상태에서 중력이 지구를 완벽한 구형에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표면이 식으면서 현재의 단단한 지각이 형성되었지만, 이미 둥근 형태는 굳어진 상태였습니다.
정역학적 평형 상태란
천문학에서는 천체가 자체 중력으로 둥글어진 상태를 정역학적 평형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중력에 의한 압축력과 내부의 압력이 균형을 이룬 상태를 의미합니다.
천체의 내부에서는 중력이 물질을 중심으로 끌어당기며 압축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물질도 이 압축에 저항하는 압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충분히 큰 천체에서는 이 두 힘이 균형을 이루면서 안정된 구형 상태가 됩니다.
정역학적 평형 상태에 있는 천체는 모든 방향에서 중심까지의 거리가 거의 같아집니다. 만약 어느 한 방향이 다른 방향보다 더 튀어나와 있다면, 그곳에 작용하는 중력이 더 강해져서 그 부분을 아래로 끌어당깁니다. 반대로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다면 주변의 물질이 흘러들어가 메워집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표면이 중심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게 되며, 이것이 바로 구형입니다.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 행성의 정의를 새롭게 내렸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정역학적 평형 상태를 이루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즉, 자체 중력으로 거의 구형을 이룰 만큼 충분히 커야 행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 조건 때문에 명왕성이 행성에서 왜행성으로 격하되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커야 둥글어질까
모든 천체가 둥근 것은 아닙니다. 작은 소행성들은 감자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천체가 얼마나 커야 자체 중력으로 둥글어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답은 천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암석으로 이루어진 천체는 지름이 약 600킬로미터 이상이 되면 자체 중력으로 구형을 이루기 시작합니다. 이는 암석의 강도가 중력을 견딜 수 있는 한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천체는 암석보다 무른 물질이기 때문에 더 작은 크기에서도 둥글어질 수 있습니다. 지름 400킬로미터 정도만 되어도 얼음 천체는 구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토성의 위성 중 일부가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태양계에서 둥근 모양을 가진 가장 작은 천체 중 하나는 소행성 세레스입니다. 지름이 약 940킬로미터인 세레스는 소행성대에서 유일하게 구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 때문에 왜행성으로 분류됩니다. 반면 지름 500킬로미터 정도의 소행성들은 대부분 불규칙한 감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명왕성의 위성 카론은 지름이 약 1,200킬로미터로 충분히 크기 때문에 구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성의 위성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매우 작아서 울퉁불퉁한 모양입니다. 이처럼 크기가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물질의 성질과 형성 역사도 영향을 미칩니다.
완벽한 구가 아닌 이유
행성들이 둥글다고 해서 완벽한 구 모양은 아닙니다. 자세히 측정해보면 대부분의 행성이 약간 찌그러진 타원체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전 때문입니다. 행성이 회전하면 원심력이 발생하는데, 이 원심력은 적도 지역에서 가장 강합니다. 원심력은 물질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려는 힘이므로, 적도 부분이 바깥으로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반대로 극 지역은 원심력이 약해서 상대적으로 납작해집니다.
지구의 경우 적도 반지름이 약 6,378킬로미터인 반면, 극 반지름은 약 6,357킬로미터로 약 21킬로미터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 정도 차이는 육안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지만, 정밀한 측정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구는 완벽한 구가 아니라 적도가 부푼 편구체입니다.
자전 속도가 빠른 행성일수록 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납니다. 토성은 가스로 이루어진 행성이라 물질이 유동적이고, 자전 속도도 매우 빠릅니다. 그 결과 적도 반지름과 극 반지름의 차이가 약 10퍼센트나 됩니다. 망원경으로 토성을 관찰하면 육안으로도 약간 납작한 모양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행성 표면의 산과 계곡, 해구와 같은 지형도 완벽한 구 형태를 방해합니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은 해발 8,849미터이고,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는 수심 약 11,000미터입니다. 하지만 지구의 반지름이 약 6,400킬로미터임을 고려하면, 이런 지형의 기복은 전체 크기에 비해 매우 작습니다. 지구를 축구공 크기로 줄인다면 표면이 거의 매끄러울 정도입니다.
우주의 둥근 천체들
지금까지 행성이 왜 공 모양을 이루는지 과학적 원리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질문의 답은 우주에서 가장 근본적인 힘인 중력에 있었습니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입니다. 천체가 충분히 크면 자체 중력이 물질을 중심을 향해 끌어당기며, 이 힘은 모든 방향에서 똑같이 작용합니다. 그 결과 천체는 자연스럽게 구형을 이루게 됩니다.
행성 형성 초기에는 불규칙한 덩어리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력이 물질을 재배치하여 둥근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정역학적 평형 상태에 도달한 천체는 중력에 의한 압축력과 내부 압력이 균형을 이루며 안정된 구형을 유지합니다. 이것이 바로 국제천문연맹이 행성의 조건으로 제시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모든 천체가 둥근 것은 아닙니다. 암석 천체는 지름이 약 600킬로미터, 얼음 천체는 약 400킬로미터 이상이 되어야 자체 중력으로 구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보다 작은 소행성들은 중력이 약해서 울퉁불퉁한 모양을 유지합니다. 크기가 바로 둥근 천체와 불규칙한 천체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행성들은 둥글지만 완벽한 구는 아닙니다. 자전으로 인한 원심력 때문에 적도가 부풀고 극 지역이 납작한 편구체 형태를 띱니다. 자전 속도가 빠를수록 이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나며, 토성처럼 가스 행성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행성이 둥근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모양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서 중력과 천체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우주의 모든 큰 천체들이 구형을 이루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자연의 필연적인 법칙입니다. 중력이라는 보편적인 힘이 우주 곳곳에서 둥근 세계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볼 때마다, 그 완벽한 둥근 모양이 바로 중력이라는 자연의 힘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임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지구를 비롯한 모든 행성들이 공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우주가 얼마나 질서정연하고 아름다운 곳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