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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성 간 전파는 어떤 속도로 퍼질까?

honsStudy 2025. 9. 1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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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성 간(혹은 성간) 공간을 지나는 전파는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c)에 매우 가깝게 이동하지만, 성간매질의 플라즈마 성질과 산란·흡수 과정 때문에 '절대적으로 c'와는 약간 다르게 행동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차이가 어디에서 오고, 실제 관측에서 얼마나 눈에 띄는지(예: 펄서 신호나 FRB의 시간 지연)까지 단계적으로 설명합니다.

 

※ 아래는 성간 공간을 가로지르는 전파가 매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전달되는 모습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성간 공간을 가로지르는 전파가 매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전달되는 모습
항성 간 전파는 어떤 속도로 퍼질까?

📑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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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와 '전파 속도'의 기본

먼저 중요한 기준은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입니다. 진공에서 전자기파(가시광선·라디오파 포함)는 초당 약 299,792,458 미터를 이동합니다(일반적으로 c로 표기). 우주 공간 대부분은 매우 희박하므로, 전파의 전파 속도는 원칙적으로 c에 가깝습니다. 다만 '가깝다'의 크기를 정량적으로 이해하려면 성간매질의 성질을 살펴봐야 합니다.

성간매질(ISM)의 성질 — 플라즈마와 전자밀도

성간매질(Interstellar Medium, ISM)은 중성 가스, 이온화된 가스(플라즈마), 먼지, 자기장, 우주선 등을 포함합니다. 전파와 직접적으로 중요한 성분은 자유 전자(e−)입니다. 전자 밀도(n_e)는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평균적인 '따뜻한 이온화 성간 매질'에서는 약 0.01–0.1 cm−3 수준이고, HII 영역이나 성간 구름 내부에서는 10–104 cm−3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물리적 수치 하나는 플라즈마 주파수(f_p)입니다. 플라즈마 주파수는 전자 밀도에 따라 결정되며, 그보다 낮은 주파수의 전자기파는 플라즈마에서 전파되지 못하고 감쇠됩니다. 실전에서 성간매질의 플라즈마 주파수는 보통 수 kHz(예: n_e∼0.03 cm−3이면 약 1.6 kHz 정도)로 매우 낮아서 우리가 관측하는 수MHz–GHz 전파에는 직접적인 차단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플라즈마에서의 전파 전달: 위상속도 vs 군속도

플라즈마 안에서 전자기파는 위상속도(phase velocity)와 군속도(group velocity)라는 두 가지 속도로 기술됩니다. 위상속도는 파의 위상이 이동하는 속도이고 군속도는 신호(정보)와 에너지의 전달 속도입니다. 플라즈마에서는 위상속도가 c보다 커질 수 있지만(초과속도), 이는 정보 전달 속도와는 무관합니다. 실제 정보의 전달은 군속도에 의해 이루어지며, 군속도는 다음과 같이 주파수와 플라즈마 주파수에 의존합니다:

vg = c · sqrt(1 − (fp/f)2),

여기서 f는 전파의 주파수, fp는 플라즈마 주파수입니다. 이 식에서 알 수 있듯이 f ≫ fp이면 vg ≈ c이고, f 근처로 내려가면 군속도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실제 ISM 조건(수 kHz의 fp)에서 라디오 대역(수 MHz–GHz)의 경우 vg/c는 0.999999999… 수준으로, 차이는 극히 작습니다.

요약: 대부분의 천문학적 라디오 관측에서 전파의 '실제 이동 속도'는 빛의 속도와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아주 낮은 주파수나 매우 밀집한 이온화 영역에서는 군속도가 눈에 띄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디스퍼전(분산) — 주파수에 따른 지연의 원인과 수식

실질적으로 관측자가 가장 자주 접하는 '속도 차이' 현상은 디스퍼전(주파수에 따른 시간 지연)입니다. 성간매질의 전자들이 주파수에 따라 서로 다른 군속도를 만들어, 낮은 주파수 신호가 더 늦게 도착합니다. 전파 천문학에서는 이를 '디스퍼전 메저(Dispersion Measure, DM)'로 표현합니다. DM은 관측선상에 적분된 전자 밀도의 총량(단위: pc cm−3)입니다.

관측적으로 많이 쓰이는 근사식(ν를 GHz 단위로 사용할 때)은 다음과 같습니다:
Δt (ms) ≈ 4.15 × DM × (νlow−2 − νhigh−2)

이 식은 낮은 주파수 쪽에서 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늦게 도착하는지를 밀리초 단위로 주는 편리한 식입니다. 예를 들어 DM = 100 pc cm−3인 경로에서 0.4 GHz(400 MHz)와 1.4 GHz 사이의 도착 시간 차이는 약 2.38초 정도가 됩니다(계산 예시는 아래에 표기로 제시). 이처럼 펄서와 특히 FRB(Fast Radio Burst) 관측에서 디스퍼전 보정은 필수적입니다.

간단한 수치 예시 (참고)

• 성간 전자밀도 ne ≈ 0.03 cm−3이면 플라즈마 주파수 fp는 약 1.6 kHz 수준입니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MHz–GHz 대역보다 훨씬 낮습니다. 따라서 직접적인 전파 차단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 디스퍼전 예: DM = 100 pc cm−3에서 0.4 GHz → 1.4 GHz 구간의 시간 지연은 약 2.38초입니다(Δt ≈ 4.15 ms × 100 × (0.4−2 − 1.4−2) ≈ 2382 ms). 이는 동일한 펄서 신호를 다루는 관측에서 낮은 주파수 신호가 높은 주파수 신호보다 몇 초 늦게 도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산란·스키터링·광학적 두께: 신호의 퍼짐과 왜곡

전파는 단순히 속도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매질의 불균일성에 의해 산란(scattering)되고 다중 경로(multi-path)를 거치며 수신기에는 시간적으로 연장된 펄스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시간 지연을 '확장'시키며 펄스의 꼬리(tail)를 만듭니다. 또한 작은 스케일의 전자밀도 변동은 간섭을 일으켜 강도 변동, 소위 스키터링(scintillation)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천문학적 관측에서 고주파(단파)나 낮은 주파수 모두에서 관측되며, 특히 장거리·복잡 경로에서는 신호가 흐려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다른 요인은 자유-자유 흡수(free–free absorption)나 동기력(synchrotron) 흡수 등입니다. 이는 주파수가 낮을 때 강해지는 경향이 있어, 매우 낮은 주파수 관측에서는 소스가 보이지 않거나 실제로 신호가 크게 감쇠될 수 있습니다.

관측적 사례: 펄서·FRB에서 보이는 지연과 스펙트럼

펄서(특히 밀리초 펄서)와 FRB는 디스퍼전과 산란 효과를 연구하는 대표적 천체입니다. 펄서 신호에서는 DM을 측정하여 우리은하 내 전자 밀도 구조를 연구하고, FRB에서는 DM을 이용해 우주론적 거리 추정과 우주 성간(또는 은하간) 전자 밀도 추정을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FRB는 수십에서 수천 pc cm−3 수준의 DM을 보이며, GHz 대역에서의 도착 시간 지연은 보통 수밀리초에서 수초에 이릅니다(주파수 범위와 DM 값에 따라 다름). 또한 FRB 신호의 주파수별 도착 시간 패턴은 성간·은하간 매질의 특성을 역추적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관측적으로 전파의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상황은 주로 낮은 주파수, 높은 전자밀도 영역, 또는 장거리(코스몰로지적) 경로에서 발생합니다.

우주적 거리와 우주팽창 영향 — 코스몰로지적 고려

매우 먼 천체(수억~수십억 광년)에서 오는 전파는 우주 팽창으로 인해 출발 주파수가 관측자에게 낮게 보이는 적색편향(z)을 겪습니다. 또한 우주적 거리에서는 단순히 거리/c 만큼의 시간 외에 우주 팽창에 따른 시간 지연(광행시간 적분)이 추가됩니다. 디스퍼전 관측을 우주론적으로 해석할 때는 DM 값이 적색편이를 통해 어떻게 보정되는지 주의해야 합니다(예: 우주내 전자밀도 적분에 (1+z) 인자가 들어감).

요약하면 지역적 측면에서는 전파 속도 ≈ c지만, 코스몰로지적 분석을 할 때는 적색편이·우주 팽창·은하간 전자밀도 적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용적 결론: '전파는 거의 빛의 속도'지만 주의할 점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진공에서 전파의 속도는 빛의 속도(c)이며, 성간 공간 대부분에서는 이 값과 거의 동일하게 이동합니다.
  • 플라즈마에 의한 군속도 감소는 존재하지만, ISM 평균 조건에서는 MHz–GHz 범위에서의 차이는 극히 작습니다(예: 1 GHz에서의 군속도 차이는 10−12 수준으로 무시 가능).
  • 관측에서 더 뚜렷하게 보이는 효과는 디스퍼전(주파수 의존 도착시간 지연), 산란(펄스 확장), 흡수(특히 낮은 주파수)입니다. 이 현상들은 천체 물리와 매질 구조 연구의 중요한 도구입니다.
  • FRB·펄서 관측처럼 시간 해상도가 중요한 경우, 디스퍼전 보정과 산란 모델링이 필수적입니다. DM 값은 은하 내·은하간 전자밀도 정보를 제공하여 거리 추정과 우주 전자밀도 연구에 활용됩니다.

결론 / 정리

전파는 기본적으로 빛과 같은 전자기파이므로 '빛의 속도'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성간매질의 전자들이 만들어 내는 플라즈마 성질과 불균일성 때문에 군속도가 극히 미세하게 감소하거나(주로 아주 낮은 주파수에서), 주파수에 따라 도착 시간이 달라지는 디스퍼전과 산란·흡수가 나타납니다.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전파는 거의 c로 간다"라고 말하되, 관측·분석 단계에서는 디스퍼전·산란·흡수 효과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올바른 결론입니다.

전파 천문학의 이러한 물리적 특성은 단순한 잡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간·은하간 매질의 구조와 진화를 연구하는 강력한 관측 도구입니다. 디스퍼전과 산란을 정밀히 측정하면 우주의 전자 밀도 분포, 별 형성 환경, 심지어 우주론적 거리 척도에 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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